153. 부모님의 직업
백만년만에 다시 방문한 200제. 항상 생각하지만 200제는 참 타이밍이 묘하다.
2018년 초 지금의 나는 10년전의 나와는 많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그때 상상했던 내 모습과는 꽤나 다른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 것 같다. 10년 전에 이 주제로 글을 써야했다면 나는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썼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아무튼 지금의 나는 10년 전보다 부모님의 힘든 모습을 좀 더 많이 보고 느끼게 되었고, 또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고통이 따르는 엄빠의 생활이 있을거라 막연히 짐작은 하는 그런 정도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은 내가 아주 어릴때부터 우리 부모님은 항상 건설사업을 하셨다. 직업이 뭔지, 어른의 생활이라는게 뭔지도 잘 몰랐던 나는 사업을 운영하시는 사장이라는게 뭐 다들 맘만 먹으면 하는건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부유하지도 않은 집안에서 자라, 남들 다 하는만큼 정도의 회사를 다니시다가, 남들 애 키울 나이에 아이 둘 낳아 키우시는 와중에, 그렇게 사업을 차려서 자식에게 부족함이란걸 모르고 크게 할만큼 생활 유지를 하셨다. 이렇게 되집어 상상하고 생각해보니 우리 부모님은 정말 대단하시구나 싶고, 엄청 열심히 본인들의 젊음을 불태우셨구나 생각이 든다.
건설업이 큰돈이 왔다갔다 하는 사업이라 많이 휘청도 하셨을텐데, 어릴땐 엄마아빠 힘들때마다 다 알고 지냈다 생각했지만, 참... 돌이켜보면 힘들때도 좋을때도 항상 한결같이 자식들한테는 아낌없이 퍼주시는걸 잊지 않으셨다. 덕분에 오빠와 나는 참... 어려운거 모르고 철없는 어른이 되어있는 것 같다 ㅎㅎ
캐나다 와서 이불/속옷 가게를 차려서 처음 장사라는걸 해보신 우리 엄마. 갑자기 너무 할 일 없이 쭈그러진 우리 아빠.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는 사업하셔"라는 말이 뭔가 어색하고 왠지 부끄럽다 생각했던 내가 문득 "아... 나는 은근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구나" 라고 생각하게된 나. 사업하면서 거친 일들 담당하시고 일을 중심으로 사람을 다스리던 엄마는, 장사하면서 손님을 대하는 건 너무 다른 일이라 스트레스 받고 안맞는다고 충얼대시던 엄마... 아빠는 갑자기 사라진 일거리에 정체성을 잃으신 기분이셨는지 다시 한국 돌아가서 사업을 하시겠다고... 그러시다 그냥 결국 사고만 치고 다시 쭈그러지신 울 아빠. 아 몰랑. 이래 저래 돌아와서 식당을 하시게된 울 부모님. 내가 "고기집 딸" 이라는게 너무 웃기기만 하고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한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울 엄빠도 식당을 10년이나 하고 계시고, 나도 부모님이 식당하신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나오게 됐다.
나는 알겠다. 한 사업을 차리고 운영한다는건 내가 어릴때부터 생각했던것만큼 간단한 일도, 쉬운 일도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지금도 생각하고 있드시 만만하고 불쌍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그래도 나는 사업가보다는 회사원이 더 소속감도 있고 책임감도 덜 하고 해서 좋은 것 같다. 내가 직접 소유하는 건 적을지 몰라도, 또 내 윗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을지 몰라도, 그래도 내 말 하나 안듣는 밑사람이 있는 것보다는 내 맘에 안드는 윗사람이 있는게 백배는 더 나은거 같다.
난 정말 일 하기 싫다 칭얼 대지만서도, 나중에 내가 자식을 낳고, 내 자식이 울 엄마는 가정주부라고 말하는 것보단 선생이라고 말하는게 더 맘에 들 것 같아서. 그래서 그때까지는 선생을 해야겠다 어쩔 수 없이... 또 모르지 이러다 일 훽 그만 둬버리고 가정 주부나 할지... 알바나 할지. 알게 뭐야. 매번 바뀌는게 사람인데.
아무튼 사업은 절대 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