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부터 16일까지 TRADITIONS IN WESTERN PLAINCHANT라는 제목의 이벤트(?)를 한다. 웨스턴 챈트에 대해서 강의도 하고 워크샵도 하고 페스티벌과 함께 콘서트도 하는 그런 이벤트이다. 챈트는 정말 내가 기본 개념정도만 대충 아는 분야여서 이런 즐거운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참여해보고싶은게 당연하다. 거기다가 우리학교 교수가 디렉터 역을 담당하고 있어서 우리학교 학생들은 공짜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졌다. 이정도 조건만 해도 정말 당연히 참여하고도 남아야할지사. 거기다가 교수가 페스티벌에서 일하는거 좀 도와줄 수 있냐고 물어보기까지했다. 페이까지 준다잖아. 시간당 $15에 30시간정도 예상한다고. 돈도 벌고 경험도 쌓고, 친숙하지 않은 분야의 음악과 친분도 쌓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수가 없지않은가. 없지..않은가. 하지만 나는 그 기회를 놓치게되었다. 그 기간에 나는 캐나다에 없다. 이렇게 슬플수가.
매년 뜸들이다 못 산 비행기표를 올해 과감히 사버린 것에 대한 후회는 수도없이 많이 한다. 일단 여름학기의 학비에, 비행기표값까지 쓰다보니 경제적으로 상당히 힘들어진데다가, 레슨까지 받으니 정말 돈이 그 짧은 순간에 어디로 간지 모르게 다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펑펑 써놓고 8월 한달동안 노느라 여태껏 열심히 한 레슨도 중단하고, 9월에 다시 돌아오면, 어쩐지 그 레슨의 효과를 제대로 보진 못할거같다. 어쩐지 이래저래 돈낭비를 심하게 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즐거운 상상을 많이 하다보니, 그래도 그 비행기값 아깝지 않은 경험을 하고오리라 생각했다. 오래 못뵜던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얼굴 한번 비춰드리고, 날 쌔까맣게 잊었을 링에게도 나의 존재를 다시 알려주고, 보고싶었던 친구들과 오랜만에 수다도 미친듯이 떨어보고, 매년 직접 축하해주지 못한 아름이의 생일도 마음껏 축하해주고, 한국의 숨은 관광지도 조금은 둘러보고... 경제적으론 손해를 보는 느낌이 많이 들어도 결코 손해보는 선택은 아닐꺼라 생각했다. 그런 짧은 생각도 잠깐, 그래도 지금 당장 입에 풀칠하기가 힘들어지다보니 (..) 그냥 그런 좋은 경험을 포기하고 비행기표값을 되찾자라고 생각했건만, 취소 벌금이 $300이래서 그 삼백불이 아까워서 결국엔 이렇게까지 왔다.
그런데 지금 교수가 부탁한 저 기회를 받아들인다면, 한국에서 하는 경험과는 또 다르지만서도 많은 가치가 있는 경험을 쌓게되고 취소 벌금정도는 벌 수 있고, 비행기표값도 돌려받는거잖아? 그럼 그 비행기값으로 밀린 비자값도 내고 레슨도 한달동안 더 받을 수 있고, 그렇게 9월 학기가 시작할때, 한층 더 성장된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도 난 지금 엄청 망설이고 있다. 그렇게 나를 성장시키기엔 난 아직 한참은 더 어린가보다. 이제 한달도 안남았다고, 곧 있으면 정말 드디어 꿈꾸던 그 날이 온다며, 너무 기대하고 한참 붕 떠 있는 나다. 여길보나 저길보나, 어딜 봐도 비행기표 취소!가 현명한 선택이란건 알지만, 그렇게 없어져버리는 나의 한여름의 꿈을 견딜 순 없을꺼같다. 여름 내내 꿈꾸는 휴식한번 갖지 못하고 9월에 다시 학교로 가버리면, 허무하고 지쳐서 도무지 성장한 모습으로 떳떳히 서있수가 없을꺼같다. 다시 말해, 나는 지금 놀고싶어 죽겠는데 놀지못해서 방바닥에 드러누워 징징대며 땡깡부리는 어린아이가 되어있다.
어차피 좋은 기회는 다 놓치고, 현명하지 못하게 한국으로 가버릴꺼면서.
그러면서 이렇게 괴롭게 고민하고 있는 내 자신이 정말 한심해서 미쳐버리겠다 미쳐버리겠어.
내가 진짜... 어서 가서 바지락찜 먹고 기분 풀어야지. 아아, 오징어 순대도. <- 결국 문제는 먹는거였냐
p.s. 이 글을 쓰고 약 7시간 후에 표값이 $1,200로 폭락했다는 사실을 확인. 거품 물고 쓰러질뻔함. 짜증 160%
love is a choice, a chance, an action, an expression and an experience, but feelings.
사랑이 단순히 감정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마크씨의 말에
너무 혼란스러웠던 나는 끝까지 반박하면서 감정이라고, 감정이라고!!!!!
난 그것의 순수한 감정을 찾고있는거라고! 그렇게 외쳐댔었다.
그렇게 흥분한 나의 모습에 마크씨는 참 차분히도 설명해주기 시작하였다.
우리 사회는 지금 미디아를 통해서, 또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통해서 그것이 감정의 하나라고 믿게 만들고 있지만, 사실 이런 저런 유명하고 훌륭한 저자분들의 책에서나 혹은 영화에서나 이야기들에서는 모두 사랑은 선택이라는 그 한가지 문장을 가르쳐주려 한다고...
뭐, 너무 혼란스러웠어서 제대로 듣지도 않았었지만.
흠, 아무튼 이래저래 시간을 두고 차분히 생각해보니
그래, 여태까지 내가 생각했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되면 내가 왜 이렇게 방황하고 있는지도 쫌 알꺼같다.
단지 감정 하나에 목매달고 '이게 사랑이니 아니니' 하고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이 바보처럼 보였다.
마크씨가 했던 그 말도 안되는 것만같았던 말이 점점 말이 되는 거같이 느껴진다.
그래, 그 매력에 느껴지는 설렘은 잠시 마음이 혹하게 되는 것 뿐.
행동이나 선택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없는 것 같다.
그냥 그 단순한 타이밍.
그 상황에 놓여진 나의 기회.
그리고 그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나의 용기.
나의 표현 능력.
그리고 그 상황을 잘 정리하고 처리해갈 수 있게 도와주는 나의 경험들.
이런 것으로 인해 그 설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같이 주고받을 때
그냥 그것이 사랑이 되는 것 같다.
전에 내가 써니랑 대화할 때 했던 그 말..
'그 상황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거지 사실 상황이 달랐으면 좋아한다는 말은 커녕 그런 느낌조차도 못느꼈을지도 몰라' 라는 식의 말은 어쩌면 억지가 되겠구나 싶다.
그냥.. 사실 그 상황이 달랐다면 어쨌거나 지금은 아니었을꺼란 이야기고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순간을 살아오니까..
결국 지금 이 순간이 이렇게 존재하는 이유도 내가 그렇게 선택해왔고 내가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니까.
그냥, 사랑하는 사이와 사랑 그 자체는 분명 다르겠지만..
사랑하는 사이가 이루어 지기 전엔 사랑도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아직은, 아직까지는
좋아한다고 느꼈던 사람과 이루어지지 않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 감정이 잊혀졌을때엔
그 감정을 다시 돌이켜보면 그걸 사랑이라 생각하는 일은 절대 없다는 마크씨의 말은
아직 이 말은 좀 이해하기 힘들지만..
(왜냐면 그렇게 되면 내 첫사랑을 포함해서 내가 간직하고 있는 이 사랑들은 모두 물거품처럼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리게 되니까)
그냥, 사랑은 선택이라는 그 간단하면서도 심오한 말이
마냥 어이없는 말같지만은 않다.
조금씩 조금씩 이해 할 수 있을꺼같다.
그리고 내가 한발짝 앞으로 나서지 않는이상은 내가 사랑을 할 수 없을꺼란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