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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빈이 탄생을 축하합니다

2020. 4. 6. 17:16 | Posted by 핀케이

2020년 4월 5일 오후 3시 49분 내 마지막 비명소리와 함께 태빈이가 태어났다!

아침 8시경에 병원에 도착해서 한 9시경부터 30분간 진주 심박수와 내 진통패턴을 모니터 한 후 9시 30분에 옥시토신 시작, 수치 2로 시작해서 30분 간격으로 2씩 수치를 올리다가 1시쯤엔 자궁문이 약 1센티 정도 더 열려서 4-5센티쯤 된 것을 확인하고 수치를 올리는 대신 양수를 터트렸다. 그리고 다시 30분 간격으로 옥시토신의 수치를 늘렸는데 양수 터트리고 30분도 안되서 살살 좀 심한 생리통같은 진통이 오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진통이 꽤 심해졌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정도로 진행이 빨리 되기 시작했다.

진통 하는 내내 뭐랄까 생리통같기도 하고 엄청 안좋은 걸 먹고 설사하기 직전에 배아픔같기도 하고 그런 아픔이였는데 아직 오늘 똥을 못싼 나였기에 (...) 똥싸고 나면 조금 나아질거같은데 똥 쌀만한 힘이 안남아있을정도로 아프다 하는 생각을 꽤 오래했던거 같다 ㅎㅎ

진통이 오가는 동안 다음 진통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순간을 보내는데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준 산전 수업도 다녀왔던 나이지만... 실전에서 새삼 진통이 잠깐 멈췄을 때 다음 진통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수는 없음을 깨달았당 ㅋㅋ 딱히 다음 진통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단 이런 진통이 얼마나 더 자주 있어야 하는지, 이 진통이 어떤 진행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것이 두려웠던거 같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의사가 내진을 자주 해주지 않았고, 또 딱히 내 진통이 꽤 주기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담당 의사가 이전에 유도분만은 대부분 전체과정이 적어도 12시간에서 24시간 걸린다고 말을 해줬기에, 그저 아직 먼 길이 남았다 생각하고 이 아픔을 그렇게 오래 견딜 자신은 없어서 뭐랄까, 오기로 견딜라면 견딜 수 있을 거 같은 아픔이였던것도 같지만 무통 옵션에 대해서 다시 물어봤다. 에피듀럴은 누워서 애를 낳아야하고, 진행이 더뎌질 수 있고 등등 그런 단점에 대한 걸 알고 있었기에, 처음 들어본 옵션인 모르핀 사용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보통 출산 4시간 전부터는 태아에 영해을 끼칠 수 있으므로 권장하지 않는다는 말에, 4시간 남았는지 어케아냐! 하고 물어봤더니 일단 담당 의사를 불러주겠다 하였다. 그리고 그 담당 의사는 그냐으또 이런 저런 태아에 끼칠 수 있는 나쁜 영향을 이유로 추천하지 않는다는 말만 한거같은데 그때 너무 정신도 없고해서 잘 기억도 안나지만 그냥 대충 알았다 하고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담당 간호사한테 내진은 언제하냐 물어봤더니 보통 4시간에 한번씩 하거나 내 진통이 더 급격히 변한다 싶을 때 한다고 해서, 아니 지난 내진서주터 4시간이 지날라면 아직 멀은거같은데 내 진통은 뭔가 불규칙한 느낌이라 급격히 변했다 말하기도 안그러기도 애매한거같고.. 답답한 마음에 결국 그냥 그럼 에피듀럴이라도 맡겠다고 결정했는데, 의료진들이 아니 지금 너무 잘하고 있는데 정말 에피듀럴 맡을꺼냐 라고 거듭 자꾸 물어봐서 조금 귀찮으면서도 망설여졌다. 그치만 일단 놔달라고 말하니까, 그럼 일단 내진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 그래서 알았다 했더니 갑자기 이미 8-9센티 열렸다구 거의 다 왔다고 힘을 복돋아 주었다.

하 지 만...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나는, 그래도 여기서 10센티까지 열리는게 오래걸릴 수도 있는건데... 라는 생각을 하며 걱정을 했고... 하지만 에피듀럴을 맞고 효과를 볼라면 1시간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말에 또 새삼 고민을 하고 결정을 못내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애를 언제 밀어내는지는 어떻게 결정하냐라고 물어봤더니 10센티 다 열리거나 내가 밀어내야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면 그때부터 진행하는거라 그래서 무슨 헛소리야! 내가 그 느낌을 어케알아! 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질문을 한지 30분도 채 안된거같은 때에 갑자기 정말 하늘에서 내 뱃속에 천둥번개를 내린거같은 쿵! 하는 아픔(?)이 느껴지고 나는 나도 모르게 I need to push~~~ 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ㅎㅎ

그리고 의사가 와서 정말 정말 기분 나쁜 내진을 하고 10센티 다 열렸다구 바로 진행하자 뭐 이런 분위기가 되더니 한 10분-20분동안 정말 꿈에도 못 꾸었던 고통들을 느끼다가 아기가 내 아래를 찢고(...) 세상 밖으로 나왔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 핏덩이 아기를 내 눈앞에 데려다주는데 뭐 이렇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펑펑 나오고 흐느낌이 줄줄 새는지.. ㅎㅎ 그렇게 한껏 울고, 내가 진통 겪는동안 내ㅐㅐㅐ내 정말 힘들게 서포트해준 남편이 자랑스럽게 탯줄을 잘라주고! 그리고 나서는 누워서 아기와 스킨 투 스킨을 하는 동안 태반 나오고, 안쪽부분이 second degree tear 가 되었다고 꼬매주고 하는걸 기다렸다. 인터넷에선 분명히 아기보느라 정신없어서 아래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를거라 한 메시지가 많았는데, 난 어째 태반 나오는게 애 낳을때보다 시원했고, 꼬매는 모든 과정이 다 느껴졌는지? ㅎㅎ 아무튼 아기는 정말 핏덩이에 흔한 아기얼굴(?) 이였지만 세상에서 제일 예뻤고, 재균이가 옆에서 수고했다 말해줬는데 응 나 정말 수고했다... 하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ㅎㅎ

이렇게 출산 실시간을 생생히 기록하다보니 어느새 태빈이 출산 후 12시간이 지나가버렸다. 세상에... 아무튼 지금은 진통부터 모든 한순간 한순간을 평생 기억할거처럼 생생히 기억하지만 언젠간 까먹을 것 같아서... 모유수유 하고 잠시 아기가 누워있을때 기록을 해두는 중.

유도분만 과정 요약
- 9시반 옥시토신 투여 시작
- 1시 양수 터트림
- 1시반 active labour 시작, 재균이의 확실하고 다정한 서포트♡
- 3시20분 내진후 10센티 열린 것 확인
- 3시49분 태빈이 탄생... 그 사이에 똥 2번이나 싼거같은데 간호사가 똥꼬에서 직접 받아주고 나한테 말 안해준건 영원히 비밀. 재균이는 보고있지도 않았는데 냄새맡고 알게된것도 영원히 비밀...
- 초산에 이렇게 진행이 빨리 된 일이 없었다고 모든 의료진들이 한마음으로 축하해주고 잘했다고 말해줘서 더 뿌듯하고 더 태빈이한테 고마움
- 태빈이 무게 3.38 킬로그램 (7 lb 7 oz)
- 태빈이 첫 당 검사는 낮음에서 보통, 그 뒤 두번은 정상♡ 첫날부터 모유수유 성공했다는 증거라고 간호사가 말해줘서 너무 행복했던건 안비밀!~

 

정말 세상에서 겪을거라 생각 못한 고통을 느낀 것 같지만 그래도 진행이 빠르고 무탈히 잘 되서 태빈이한테도 옆에서 잘 서포트해준 남편한테도 또 너무 열심히 잘 도와준 의료진들한테도 너무너무 고맙다!

우리 태빈이 탄생을 너무너무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