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요즘 다들 하는 소셜미디아에 임신 과정이라던가 아기와의 생활을 올리며 공유할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가끔 내 자신의 소셜미디아에 예전에 올려둔 글이나 사진들을 보며 추억놀이를 곧 잘 하게 되는 걸 보니, 인터넷 어딘가에 이런 새로운 추억을 기록해놓는 것도 나쁘진 않은 일이라 생각해서 만들어본 육아일기.
직접 인쇄한 사진이나 직접 종이에 일기를 쓰는 일이 참 드문 요즘은 정말 나만의 기록을 꼬박꼬박 하기가 쉽지는 않은 일인 것 같다. 티스토리는 사실 공개 블로그에 숨겨진 나만의 장소도 아닌데, 나에겐 어쩐지 꼭꼭 숨겨놓은 일기장같은 느낌이 드는 블로그라서, 뭔가 굳이 친구들이랑 연결된 소셜미디아에 올리고 의미 없이 공유하고 그런게 안 땡기는 날엔 혼자 주저리 주저리 털어놓듯 기록하기 좋을거같은 느낌에 벌써 기대된다.
참 오랜만에 찾아왔더니, 2019년엔 글 한번 안쓰고 지나갔다는걸 깨달았다.
2019년엔 엄마의 압박과 같은 권유로 결국 One Fertility Clinic을 찾아가게 되고 이런 저런 시도 끝에 7월에 임신을 하게됐다. 다 지나가고 느낀거지만, 어쩌면 스트레스를 받을수도, 아니면 참 익사이팅한 마음을 가질수도 있는 경험이였는데... 남편이나 나나 참 그냥 무념무상으로 난임치료(?)를 지나 보낸 듯 하다. 그리고 또 막상 임신을 하고나니 주변에 우리보다 간절히 원하고 우리보다 더 어려움을 겪어서 IVF까지 시도하는 커플들도 많던데, 우리는 다행이도 그렇게까지 힘든 시도까지 하지 않아도 일이 비교적 잘 풀린 것 같아 감사한 일이구나 싶다.
7월에 임신을 하고, 8월 초에 임신 소식을 듣게되었다. 여름 방학이라 난 집에서 쉬고있었고, 남편은 출근한 어느 오후에 클리닉에서 임신 소식을 전하는 전화 한통이 왔다. 이 전에 한 두어번 시도했을땐 항상 임신하지 않았으니 다음 생리때에 다시 예약하라는 전화였기에, 어쩐지 당연히 또 그런 전화가 올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임신했다고 하니까 뭔가 "어? 음... 내가 생각한 전개가 아니네?" 싶어서 뭔가 어리둥절하면서도 속으로 알 수 없는 설렘이 느껴졌던 것 같다. 아직 그 설렘을 실감하지 못한건지, 그냥 쭉 무념무상이였던 것인지... 아무튼 나는 그 후에 남편이 퇴근길에 전화를 했을 때, "어 나 임신이래" 한마디만 툭 던졌다... 별 감정 없이, 별 떨림도 없이... 남편도 "어? 그래? 축하해~" 정도의 반응으로 우리는 그냥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아니, 받아들였다 착각을 했다... 아무 것도 몰랐기에 가능했던 무덤덤이였겠지.
그렇게 임신을 하고는 뭔가 몸을 조심해야겠구나 막연한 생각은 들었지만 당장 몸의 변화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뭔가 내가 다르게 행동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고, 그래서 꽤나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그치만 임신 소식 직후 초기에 호르몬 수치가 평균적으로 오르지가 않아서 자궁외 임신 일 수도 있고, 뭔가 위험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부터는, 뭔가 확실히 내가 이 아기를 지키고 싶고 이 임신을 잃고싶지 않다는 마음이 아주 강하게 자리를 잡게되었다. 불안해 하는 마음이 전혀 즐겁지는 않았지만, 아직 임신이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몰랐던 나에게는 짧은 기간이지만 참된 가르침을 준 기회였던 것 같다. 좀 이른 5주차에 처음 초음파를 찍어서 아직 동그란 알맹이였던 아기의 모습이 내눈엔 마치 진주반지처럼 보여서 바로 태명을 진주라고 지었다. 아직 알맹이인 아기 사진을 보자마자 이름부터 짓고싶었던 걸 보니, 나도 참 주책이다... ㅎㅎ
예정일은 처음에는 4월 중순쯤이였다가 점차 4월 10일, 그리고 9일로 옮겨졌고. 입덧이나 어지럼증 등 별 다른 증상은 없이 그냥 갑상선 저하증과 철분 부족으로 인한 피곤함 빼고는 참 쉽게 초기를 지나고. 18주에 남자아이임을 확인하고. 중기가 끝날쯤인 12월 23일에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은 후로는 식단 관리하는 거에 좀 징징댔지만 그래도 결국 먹을 건 다 먹구 ㅎㅎ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행이 아무 일 없이 임신 38주차까지 온 지금... 어제 의사가 자궁문이 3센티가 열려있다고 말해줬다. 임신성 당뇨때문에 아기가 너무 클 위험도 있고, 혹시 모를 안좋은 일들을 피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의사가 권유한 유도분만을 하기로 맘 먹고 4월 5일로 날짜를 정해뒀었는데, 어제는 자궁문 3센티 열린 것을 확인하고 의사가 혹시 진통이 유도분만 날짜보다 먼저 시작하면 알아서 병원가서 잘 낳으라는 식으로 말하는 바람에 뭔가... 헉 이거 진짜 현실인가? 하는 패닉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다행이 아기방도 어느정도 정리해놓고, 출산 가방도 미리 싸놓고 해서 급하게 준비할 일은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의 준비가 안된거같은 기분? 근데 뭐, 언제 어떻게 나와도 어차피 마음의 준비는 평생 안되어 있을 것 같다 ㅋㅋ
어떤식으로 너를 만나게 되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같이 지낼 날을 기대하고싶구나, 진주야!
너의 아빠가 될 우리 멋진 남편이 재균이도 너가 내 뱃속에서 자라는 동안 한순간도 안빠지고 참 잘 챙겨줬고, 주변 모든 가족들 또 친구들이 항상 기뻐하는 마음으로 널 생각해주고 만나고 싶어하고 있는 것 같아. 우리 이렇게 한 몸으로 지낼 날이 몇 일 안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지금처럼만 건강하고 이쁘게 잘 지내다가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세상으로 나오렴♥
널 만날 날을 기다리며...
사진은 18주차에 너의 이목구비와 손구락 발구락을 첨 구분하구 또 너의 성별을 처음 알아낸 날 찍은 초음파. 너의 아빠 재균이도 함께 있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