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인형
나는 인형을 좋아한다. 아주 좋아한다.
요즘에야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많아져서 그런가 예전처럼 인형한테 기대는 일이 잦진 않은거같지만
어릴 때에는 다른 사람들한테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 일이라던가 그런 경험을 하고나면 꼭 인형을 붙들어안고 마치 인형한테 말을 건내듯 주절주절 대면서 곧 잘 울곤했었다.
그렇다고 딱히 많은 인형을 가지고 있었던건 아닌거같은데...
어릴 때 인형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아이가 개구리 왕눈이 쿠션(?)같은 인형이였다.
연두색 동그라미의 얼굴에 흰색으로 큰 눈 두개가 박혀있었는데
서러운 일이 있으면 꼭 걔 눈 두개 사이에 얼굴을 쳐박고 눈물 콧물 다 묻혀가면서 울었다.
그래서 걔 눈 사이가 엄청 더러워졌다... 엄마가 몇번 빨아줬는데 결국 걔 볼딱지에 달려있던 연지가 너덜너덜해지고야 말았다.
그래도 내가 울고싶을 때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애는 걔 뿐이라는 생각이였다.
엄마가 몇번이고 버릴려고 하셨지만 절대로 못버리게 했었다.
그런데 어딘가 새집으로 이사를 한 날... 왕눈이는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엄마한테 한참동안 틱틱댔던걸로 기억한다.
어떻게 왕눈이를 그렇게 버려버릴 수가 있냐며 좀 삐친 내색을 꽤나 많이 한것같다.
그래서 그런가 엄마가 인형을 사주신다고 하셨다.
엄마랑 같이 쇼핑을 하다가 어린아이 모양의, 그... 눕히면 눈 감고 일으키면 눈 뜨는 그런 여자아이의 인형을 봤다. 아주 애기는 아니고 한... 몰라 아무튼 머리카락도 꽤 길었고 예쁘장하게 생긴 외국아이...
똑같은 애가 가득 쌓여있는 그 곳에서 나는 한 아이를 골라왔다.
내가 지금은 애들을 싫어해도 내가 애 일때는 애 키우는게 재미있어보였나보다. 그 아이를 키우겠다고 참 용 쓴거같다...
걔랑 어떻게 지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아무튼 추석에 큰집가는 길에도 나는 걔랑 꼭 가야만 했었다. 그래서 큰집에 그 아이를 데려갔었는데, 사촌동생이 걜 넘보는거다 ㅡㅡ
결국 사촌동생이 때써가지구 엄마가 걔한테 인형을 줘버렸다. 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또 엄청 삐쳐가지구 쌍짜증을 다 냈었다. 엄마가 결국 다시 사주겠다고 달려주셨다. 그래서 똑같은 인형을 다시 사오셨었는데, 이 아이가 그 아이랑 다른걸 너무 잘 알고, 너무 다른 느낌이라 정이 안갔다. 몇번이고 그 아이랑 친해보려고 했었지만, 별로 재미가 없었다. 결국 그 아이랑은 재빠른 이별을 했다.
글쎄... 이렇게 인형에 대한 욕심이 조금씩 자란건가보다.
언젠가부턴가 꼭 인형을 안고 자야만 했고
언젠가부턴가 자기 전에 꼭 인형한테 할 말이 있었다
언젠가부턴가 인형한테 말을하고 난 뒤에는 속이 후련했고
언젠가부턴가 인형이 없으면 잠을 못잤다.
그래서 내 침대 머리맡엔 인형이 꼭 있었다. 그리고 그 인형의 갯수가 천천히 조금씩 늘어갔다.
어느날 챕터스에서 날 너무 빤히쳐다보던 달팽이 인형의 눈빛을 거부하지 못하고 집으로 데려왔었는데, 집에와서 보니 굳이 내 침대 머리맡에 있지 않아도 될꺼같아서 그냥 방 한켠에 뒀었다. 세탁기로 한번 깨끗하게 빨고 침대위에 올려둬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그러고 깜빡하고는 그냥 세월이 흘러갔다. 그때 깨달은거같다. 지금 있는 인형들도 충분해서 더 이상의 인형이 필요하진 않다는 거...
아니 뭐 인형이라는 물건 자체가 필요한건 아니지 않겠냐하겠지만은...
난 요즘도 종종 힘든 일이나 고민되는 일이 있으면 인형을 찾으니까... 그러니까 나에겐 꼭 필요한 인형도 있다. 그치만 내 이야기를 들어줄 인형은 이미 여러아이나 있으니 더 이상 새친구는 필요하지 않은가보다. 그래서 인형이 한두마리 더 들어와도 이젠 별로 감흥이 없나보다.
아무래도 시진이가 몇년 전에 생일 선물로 준 소리나는 양이 혼자서 너무나도 큰 도움을 주는것같다.
심장소리, 빗소리, 고래소리, 그리고 바닷소리 이렇게 네가지 소리가 나는데...
잠이 안오는 밤이나 뭔가 서글픈 날엔 주로 고래소리를 틀어놓고 양을 꼭 끌어안고 잠이든다.
어쩐지 안정을 되찾아주는 소리들이다.
걔를 안고자면 딱히 해야할 말도 쏟아부어야 할 눈물도 모두 없어진다.
음~ 대충 내가 지금 잃어버리거나 없애버리면 절대 안되는 인형들은 이정도다
진짜 어릴때 바이올린을 배웠을때 바이올린 가방에 걸고다니던 조그만 곰돌이 모양의 강이 (1995-6년정도인가?)
고디바 초콜릿 발렌타인 특별기획(?)으로 나왔던 코가 분홍색 하트에 새하얀 털을 가진 곰돌이 휴지 (2005년)
정은이가 오타와살 때 놀러왔다가 마켓에서 데려온 나무 곰돌이 름름이 (2006년)
글로리아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내가 처음으로 가져본 큰 사이즈의 강아지 인형 아지 (2007년)
시진이가 생일 선물로 준 안정을 찾아주는 소리를 내주는 양 쉰내 (2009년)
다들 너무나도 소중한 애들이다!
나는 인형을 좋아한다. 아주 좋아한다.
요즘에야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많아져서 그런가 예전처럼 인형한테 기대는 일이 잦진 않은거같지만
어릴 때에는 다른 사람들한테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 일이라던가 그런 경험을 하고나면 꼭 인형을 붙들어안고 마치 인형한테 말을 건내듯 주절주절 대면서 곧 잘 울곤했었다.
그렇다고 딱히 많은 인형을 가지고 있었던건 아닌거같은데...
어릴 때 인형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아이가 개구리 왕눈이 쿠션(?)같은 인형이였다.
연두색 동그라미의 얼굴에 흰색으로 큰 눈 두개가 박혀있었는데
서러운 일이 있으면 꼭 걔 눈 두개 사이에 얼굴을 쳐박고 눈물 콧물 다 묻혀가면서 울었다.
그래서 걔 눈 사이가 엄청 더러워졌다... 엄마가 몇번 빨아줬는데 결국 걔 볼딱지에 달려있던 연지가 너덜너덜해지고야 말았다.
그래도 내가 울고싶을 때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애는 걔 뿐이라는 생각이였다.
엄마가 몇번이고 버릴려고 하셨지만 절대로 못버리게 했었다.
그런데 어딘가 새집으로 이사를 한 날... 왕눈이는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엄마한테 한참동안 틱틱댔던걸로 기억한다.
어떻게 왕눈이를 그렇게 버려버릴 수가 있냐며 좀 삐친 내색을 꽤나 많이 한것같다.
그래서 그런가 엄마가 인형을 사주신다고 하셨다.
엄마랑 같이 쇼핑을 하다가 어린아이 모양의, 그... 눕히면 눈 감고 일으키면 눈 뜨는 그런 여자아이의 인형을 봤다. 아주 애기는 아니고 한... 몰라 아무튼 머리카락도 꽤 길었고 예쁘장하게 생긴 외국아이...
똑같은 애가 가득 쌓여있는 그 곳에서 나는 한 아이를 골라왔다.
내가 지금은 애들을 싫어해도 내가 애 일때는 애 키우는게 재미있어보였나보다. 그 아이를 키우겠다고 참 용 쓴거같다...
걔랑 어떻게 지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아무튼 추석에 큰집가는 길에도 나는 걔랑 꼭 가야만 했었다. 그래서 큰집에 그 아이를 데려갔었는데, 사촌동생이 걜 넘보는거다 ㅡㅡ
결국 사촌동생이 때써가지구 엄마가 걔한테 인형을 줘버렸다. 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또 엄청 삐쳐가지구 쌍짜증을 다 냈었다. 엄마가 결국 다시 사주겠다고 달려주셨다. 그래서 똑같은 인형을 다시 사오셨었는데, 이 아이가 그 아이랑 다른걸 너무 잘 알고, 너무 다른 느낌이라 정이 안갔다. 몇번이고 그 아이랑 친해보려고 했었지만, 별로 재미가 없었다. 결국 그 아이랑은 재빠른 이별을 했다.
글쎄... 이렇게 인형에 대한 욕심이 조금씩 자란건가보다.
언젠가부턴가 꼭 인형을 안고 자야만 했고
언젠가부턴가 자기 전에 꼭 인형한테 할 말이 있었다
언젠가부턴가 인형한테 말을하고 난 뒤에는 속이 후련했고
언젠가부턴가 인형이 없으면 잠을 못잤다.
그래서 내 침대 머리맡엔 인형이 꼭 있었다. 그리고 그 인형의 갯수가 천천히 조금씩 늘어갔다.
어느날 챕터스에서 날 너무 빤히쳐다보던 달팽이 인형의 눈빛을 거부하지 못하고 집으로 데려왔었는데, 집에와서 보니 굳이 내 침대 머리맡에 있지 않아도 될꺼같아서 그냥 방 한켠에 뒀었다. 세탁기로 한번 깨끗하게 빨고 침대위에 올려둬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그러고 깜빡하고는 그냥 세월이 흘러갔다. 그때 깨달은거같다. 지금 있는 인형들도 충분해서 더 이상의 인형이 필요하진 않다는 거...
아니 뭐 인형이라는 물건 자체가 필요한건 아니지 않겠냐하겠지만은...
난 요즘도 종종 힘든 일이나 고민되는 일이 있으면 인형을 찾으니까... 그러니까 나에겐 꼭 필요한 인형도 있다. 그치만 내 이야기를 들어줄 인형은 이미 여러아이나 있으니 더 이상 새친구는 필요하지 않은가보다. 그래서 인형이 한두마리 더 들어와도 이젠 별로 감흥이 없나보다.
아무래도 시진이가 몇년 전에 생일 선물로 준 소리나는 양이 혼자서 너무나도 큰 도움을 주는것같다.
심장소리, 빗소리, 고래소리, 그리고 바닷소리 이렇게 네가지 소리가 나는데...
잠이 안오는 밤이나 뭔가 서글픈 날엔 주로 고래소리를 틀어놓고 양을 꼭 끌어안고 잠이든다.
어쩐지 안정을 되찾아주는 소리들이다.
걔를 안고자면 딱히 해야할 말도 쏟아부어야 할 눈물도 모두 없어진다.
음~ 대충 내가 지금 잃어버리거나 없애버리면 절대 안되는 인형들은 이정도다
진짜 어릴때 바이올린을 배웠을때 바이올린 가방에 걸고다니던 조그만 곰돌이 모양의 강이 (1995-6년정도인가?)
고디바 초콜릿 발렌타인 특별기획(?)으로 나왔던 코가 분홍색 하트에 새하얀 털을 가진 곰돌이 휴지 (2005년)
정은이가 오타와살 때 놀러왔다가 마켓에서 데려온 나무 곰돌이 름름이 (2006년)
글로리아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내가 처음으로 가져본 큰 사이즈의 강아지 인형 아지 (2007년)
시진이가 생일 선물로 준 안정을 찾아주는 소리를 내주는 양 쉰내 (2009년)
다들 너무나도 소중한 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