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깊이

어서 그러면 좋겠다.

핀케이 2007. 8. 23. 00:56

어서 차가운 바람이나 슁슁 불어줬으면 좋겠다.
난생 처음 길러본 이 긴 머리카락이라도 휘날려보게.
어서 코끝 시리게 하는 눈이나 펑펑 내려줬으면 좋겠다.
소복히 쌓인 눈 위를 신나게 한번 뒹굴어나보게.
어서 여기저기에 쌓인 눈들을 조용히 녹이고, 꽃들에게 새 삶을 안겨다 줄, 그런 햇빛이 따스히 내려 앉았으면 좋겠다.
미친듯이 퍼져있는 노오란 민들레를 보며 향기롭다는 생각보단, 징그럽다는 생각이라도 먼저 해보게.

이제 막 내 땀방울을 훔치고 함께 지나가버린 여름이 어서 다시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나면 어느 한 여름의 시원한 풍경 사진처럼 따스하고도 선선한, 그리고 가볍게 기분이 좋은, 그런 하루하루로 가득한 인생이 어서 나에게도 찾아왔으면 좋겠다.
그리고나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나는 그 무더운 날씨에도 서로 좋다고 나와 껴안고 붙어있을 그런 사람이 어서 내 앞에 나타나줬으면 좋겠다.
나도 평생 행복해질 수 있게.